<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포칼립스 세계관 아파트는 주민의 것 집단 이기주의
아포칼립스 세계관
대한민국의 서울,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도시를 강타하고, 단 하나의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무너져내려, 아포칼립스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그 아파트는 바로 황궁 아파트 103호였습니다. 유일한 거처가 된 황궁 아파트에서, 주민들은 앞으로 살아갈 대안에 대해 회의를 합니다. 아파트 주민인 민성과 명화 부부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게 무너져버린 세상에서, 화폐는 가치가 없어져, 사람들은 물물교환을 하며 생필품을 구합니다. 민성은 다소 냉철한 성격의 공무원이지만, 명화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간호사입니다. 명화는 살려달라며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여자와 그녀의 아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집에 들입니다. 민성은 이를 못마땅해합니다. 한편, 아파트 세대 한 곳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합니다. 주민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구경만 하고 있는데, 영탁이라는 남자가 화재를 진압하기 시작합니다. 성공적으로 불을 끈 영탁에게 아파트 부녀회장은 감사의 인사를 합니다. 이후, 주민 회의가 열리는데, 주민들을 이끌어나갈 주민 대표로 영탁이 선출됩니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 외의 외부인들은 아파트에 들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생깁니다. 영탁은 주민들을 지도하며 외부인들이 추위를 피해 아파트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합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도 섞여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영탁은 아파트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습니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
영탁은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구호를 만들어, 주민들은 이를 외치며 외부인들을 배척합니다. 주민들은 단결하여 영탁을 따르고, 영탁은 자신의 아파트 대표라는 자신의 역할에 심취합니다. 민성 또한 영탁을 따르지만, 명화만큼은 그런 상황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주민들은 팀을 꾸려 외부로 나가 탐험을 하며, 외부인들을 해치고 그들의 물품을 약탈합니다. 그렇게 약탈해 온 물품들은 아파트 내에서 배분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대표인 영탁의 권력은 점점 더 세지고, 그의 말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민성은 영탁에게 충성하고, 명화는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남편을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숨겨져 있던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아파트 대표로서 외부인들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아파트의 존속만을 위하던 영탁이, 사실은 아파트의 주민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밝힌 아파트 주민 혜원을, 영탁은 낭떠러지로 던져버립니다.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민성 또한 마찬가지였고, 배신감을 느껴 영탁에게 총을 겨눕니다. 그러한 대치 과정에서, 외부인들이 쳐들어 오고 아파트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영탁은 중상을 입고 자신이 살던 902호로 돌아가 숨을 거둡니다. 아파트를 떠난 미성과 명화는 교회 폐허에서 잠이 들고, 명화만 살아남습니다. 명화는 낯선 사람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무너진 아파트에 터전을 짓고 사는 그들의 거처에 들어갑니다. 그들은 아무 조건 없이 명화를 그곳에서 살게 해 주고, 식량도 나누어줍니다. 그런 모습에 명화는 눈물을 흘리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집단 이기주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집단 이기주의'였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 이웃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외부인들을 배척하고 심지어 그들의 물건을 약탈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밖의 세상은 추위로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냉정한 행동으로 평화를 지켜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내부 분열과 외부인들의 침입으로 평화는 와해됩니다. 즉, 집단 이기주의로 지켜낸 평화는 표면적인 것일 뿐이며,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불안정한 것입니다. 명화가 마지막 부분에서 낯선 사람들이 아무 조건 없이 식량을 나누어주고 그들의 거처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은, 그러한 이타심이 당연한 것이 아닌, 앞서 나온 집단 이기주의와 완전히 대비되는 귀중한 가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는 이타심이야말로 그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평화를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명화가 지켜내고자 한 것이 바로 그러한 이타주의적인 것이며, 명화는 낯선 사람들과의 공존을 잘 해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집단 이기주의를 지키던 수장인 영탁이 사실은 그 집단에서 가장 이방인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은 역설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거짓된 정체성인 '아파트 주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가 주장하는 '아파트 주민만의 아파트'의 규율에 따르면, 그는 아파트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지키고자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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